박준 7년만에 시집 ‘마중…’ 펴내남은 사람들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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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reo 작성일25-04-17 10:22 조회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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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7년만에 시집 ‘마중…’ 펴내남은 사람들 감정 먼저 생각하는아버지의 마지막 ‘마중과 배웅’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가 64쇄를 찍으며 ‘문단의 아이돌’로 불리는 박준 시인에게 그만의 시 독법(讀法)을 물었다. “저도 어떤 시는 여전히 이해가 안 가요. 귀퉁이를 접어두고 나중에 펼쳐보죠. 어떤 시들은 비가 한참 오다가 잠깐 날이 개는 것처럼, 어느 순간 처절하게 다가오거든요.”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기차역 대합실 풍경을 떠올려보자. 까치발을 세워가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잘 가라고 손 흔들고도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 마중하는 사람과 배웅하는 사람의 표정은 묘하게도 닮았다. 시인 박준(42)은 마음속 액자에 걸어둔 이 풍경을 이렇게 묘사한다.‘마중은 기다림을 먼저 끝내기 위해 하는 것이고 배웅은 기다림을 이르게 시작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가 마주하는 순간과 돌아서는 순간이 엇비슷해진다.’(산문 ‘생일과 기일이 너무 가깝다’에서) 7년 만에 새 시집 ‘마중도 배웅도 없이’(창비)를 낸 박 시인을 14일 서울 마포구 창비 사옥에서 만났다. 마중과 배웅에서 시인은 누굴 떠올렸을까. 어쩌면 수록 시 ‘블랙리스트’가 힌트가 될 것 같다.‘몇해 전 아버지는 자신의 장례에 절대 부르지 말아야 할 지인의 목록을 미리 적어 나에게 건넨 일이 있었다. (…) 빈소 입구에서부터 울음을 터뜨리며 방명록을 쓰던 이들의 이름이 대부분 그 목록에 적혀 있었다’. 실제로 아버지는 “생전 몇 명 이름을 얘기하며 ‘내 장례 때 부르지 말라’고 당부하신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사람들은 내가 죽었을 때 슬퍼할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청승맞은 소리 마시라고 앞에선 타박했지만, 멋지단 생각도 들었다”고 시인은 회고했다. “타인의 감정을 먼저 한 번쯤 생각하는 게 시인의 태도랑 비슷한 것 같아서요. 내가 죽었을 때 무슨 생각으로 올까,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어떤 감정을 가질까 이게 연결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말하자면 블랙리스트는 남겨질 사람들에 대한 아버지 나름의 마중이자 배웅이었던 셈이다. 시인의 아버지는 지난해 봄 세상을 떠났다. “미리 생각해서 마중 나가고 혹은 가는 거 알면서도 조금 더 앉아서 배웅하고. 이게 가장 인간다운 시간이고, 인간다운 시간에서 인간다운 정서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마중하고 배웅한 관계지만, 정작 영원한 이별 앞에선 마중도 배웅도 미진하다. 시집에는 그런 이별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차마 얘기하지 못하는 더 많은 죽음들이 있어요. 욕심 같아선 한 권을 다박준 7년만에 시집 ‘마중…’ 펴내남은 사람들 감정 먼저 생각하는아버지의 마지막 ‘마중과 배웅’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가 64쇄를 찍으며 ‘문단의 아이돌’로 불리는 박준 시인에게 그만의 시 독법(讀法)을 물었다. “저도 어떤 시는 여전히 이해가 안 가요. 귀퉁이를 접어두고 나중에 펼쳐보죠. 어떤 시들은 비가 한참 오다가 잠깐 날이 개는 것처럼, 어느 순간 처절하게 다가오거든요.”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기차역 대합실 풍경을 떠올려보자. 까치발을 세워가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잘 가라고 손 흔들고도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 마중하는 사람과 배웅하는 사람의 표정은 묘하게도 닮았다. 시인 박준(42)은 마음속 액자에 걸어둔 이 풍경을 이렇게 묘사한다.‘마중은 기다림을 먼저 끝내기 위해 하는 것이고 배웅은 기다림을 이르게 시작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가 마주하는 순간과 돌아서는 순간이 엇비슷해진다.’(산문 ‘생일과 기일이 너무 가깝다’에서) 7년 만에 새 시집 ‘마중도 배웅도 없이’(창비)를 낸 박 시인을 14일 서울 마포구 창비 사옥에서 만났다. 마중과 배웅에서 시인은 누굴 떠올렸을까. 어쩌면 수록 시 ‘블랙리스트’가 힌트가 될 것 같다.‘몇해 전 아버지는 자신의 장례에 절대 부르지 말아야 할 지인의 목록을 미리 적어 나에게 건넨 일이 있었다. (…) 빈소 입구에서부터 울음을 터뜨리며 방명록을 쓰던 이들의 이름이 대부분 그 목록에 적혀 있었다’. 실제로 아버지는 “생전 몇 명 이름을 얘기하며 ‘내 장례 때 부르지 말라’고 당부하신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사람들은 내가 죽었을 때 슬퍼할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청승맞은 소리 마시라고 앞에선 타박했지만, 멋지단 생각도 들었다”고 시인은 회고했다. “타인의 감정을 먼저 한 번쯤 생각하는 게 시인의 태도랑 비슷한 것 같아서요. 내가 죽었을 때 무슨 생각으로 올까,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어떤 감정을 가질까 이게 연결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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