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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푸스 신염_6.12. 이사 후 첫 외래(홍반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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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ELLO 작성일24-10-27 06:30 조회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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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WBC247 뀨입니다 뀨'ㅅ'.​지난번 투병기를 쓴 지도 어느덧 한 달 하고도 보름 넘게 흘렀습니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에요. 그 사이에 지지난 주 금요일 (5월 17일)의 15차 항암을 포함해서 세 번의 항암이 진행됐습니다. 투병기를 쓰는 빈도가 뜸해진 이유는 어느 정도 항암을 한 후의 루틴이 정립되었고, 거기서 크게 변하지 않는 삶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무리 관종이라지만 매번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어내기엔 한계가 있어서 (...). 오늘도 열심히 태블릿을 이용해 손글씨로 써보겠습니다. ​1. CT 결과와 13차 항암 (4월 19일)​​​​지난번 투병기에서 4월 11일에 CT를 찍었던 것은 말씀드렸을 겁니다. 그 후 CT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8일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었습니다. 결과가 좋게 나올까, 만약 좋게 나오면 암세포가 어느 정도 줄었을까, 아니면 별 효과가 없을까, 괜히 임상 연구에 참여해서 항암 시작 시기 늦어져서 그 사이에 훨씬 더 자라버린 것은 아닐까, 등등... 하루에도 이런 생각들이 여러 번 소용돌이쳤습니다. 물론 최대한 마인드컨트롤하려 했고 보통 성공했지만, 가끔은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을 막는 것이 한계가 있더라고요.​이런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일단 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매일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헬스장에 가서 내장지방을 태우기 위해 인터벌 운동을 했어요. 걷고 뛰면서 (엄밀히는 뛴 게 아니라 속보를 한 것이지만 편의상 뛰었다고 하겠습니다) 힘들기도 하고 중간중간 이 정도면 됐어 충분히 뛴 것 같아라는 목소리가 들리지만 최대한 매일 매번 한 시간 이상씩 운동하려 노력했고 이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로 하고 있어요. 운동하는 동안에는 최대한 아무 생각 않고 암세포를 조지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고, 거울에 비치는 스스로에게 마음속으로 격려와 질타를 하기도 하고, 그게 싫을 땐 좋아하는 영상을 보거나 지금껏 불러왔던 성가들을 다시 듣습니다 운동하면서 성가라니 이게 무슨 (...). ​​​사진만 보면 웨이트를 잔뜩 한 것 같지만 현실은 유산소 인터벌만 (...)​여하튼 이번 CT 결과는 다행히도 꽤 긍정적으로 나왔어요. 간과 림프절 등에 있던 암세포들이 약 2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폐에 보이던, 혹시라도 암세포이지 않을까 의심했던 작은 알갱이들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진을 첨부하고 싶은데 혹시 걸리는 사안이 있을까 봐 사진은 따로 첨부하지 않겠습니다.​이 기간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이자 저라는 부족한 인간의 생일이 있었어요. 박사과정이던 2014년 그날 아침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집에서 아침을 먹는데 배가 한 대 침몰했고 수백 명의 학생과 탑승객들이 있었다고 TV 뉴스에서 속보를 쏟아냈습니다. '설마 무슨 큰일 있겠어...?'라고 생각하면서 연구실로 이동했는데, 도착해서 컴퓨터로 확인한 뉴스는 너무도 처참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제 생일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가장 애정하는 세월호 그림. 부디 하늘나라에서 다들 잘 살고 있길 빕니다.​그래도 이번 생일은 처가와 본가, 친누나 내외와 성가대 사람들, 그리고 그 외 많은 주변 분들이 열심히 챙겨주셨습니다. 챙겨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부디 이번 생일이 암세포와 함께 하는 유일한 생일이 되기를 기원하며, 그리 되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그게 저를 응원해 주는 모든 분들께 보답하는 길일 테니까요.​​​와이프와 친누나, 그리고 매형의 생일 축하처가댁 식구들의 생일 축하성가대 사람들의 생일 축하핑크 핑크 장신구하고 기뻐하는 뀨​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특히 점점 심해지는 항암제 부작용이 조금씩 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어요. 13차 항암 후에 손발이 띵띵 붓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기존에도 조금씩 부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심하게 붇더라고요. 너무 부어서 손발이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마치 피가 말초까지 왔다가 고여서 다시 못 돌아가서 손이 시뻘겋게 불고 충혈되는 느낌이었어요. 그 부은 상대로 걷기 운동을 했다가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마치 내성발톱이 생긴 것처럼 부은 살 속으로 파고 돌면서 그 부분에 염증이 심하게 생겨서 정말 팽팽히 부어버렸어요. 스치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통증이 정신을 혼미하게 했습니다. ​문제는 그날이 일요일이어서 연 동네 병원이 없었다는 거죠. 결국 집에서 자가 조치로 바늘을 불로 소독하고 상처 부위를 찔러서 피고름을 뺐습니다. 찌르고 피고름을 손으로 눌러서 짜낼 때의 통증은 WBC247 정말 무시무시했어요. 고통의 신음을 줄이기 위해 입에 수건을 물었는데 정말... 그래도 한 번 그렇게 고름을 짜내니 통증이 많이 감소해서 이틀 정도 후부터는 평소와 같이 걸을 수 있었고, 월요일에 피부과에 가서 진료받고 약을 받았지만 결국 먹진 않았습니다.​​​바늘로 찌르기 전과 후​당연히 자가 조치로 바늘을 이용한 것은 백혈구 수치가 낮아서 감염에 취약한 암 환자들 입장에서 위험천만한 짓입니다. 저야 일요일에 너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그랬지만, 만약 동일한 증상을 겪으신다면 꼭 피부과나 정형외과에 가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4월 27일에는 대학교 동기와 후배와 함께 코엑스에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개봉한지 얼마 안 됐던 범죄도시 4편을 관람했습니다. 나름 애정하는 시리즈인데, 4편도 재밌게 봤습니다. 그래도 역시 1편이 제일 좋았던 것 같네요.​​그다음 날은 다시 머리를 밀었습니다. 와이프님의 솜씨(?)가 발휘됐는데, 마치 예전 프로야구 선수였던 유희관 선수처럼 닭 볏을 만들어줬네요. 물론 실컷 웃은 후 깔끔하게 밀었습니다.​​​(너무 밀어버리고 싶다)​4월 30일에는 석촌호수로 향했습니다. 이유는 바로 포켓몬 빠돌이인 저의 덕심을 자극하는 포켓몬타운 2024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죠 하앍하앍. 석촌호수에 영롱한 자태를 뽐내며 떠있던 라프라스와 피카츄들이 잔뜩 있던 안쪽 광장까지 제 눈을 즐겁게 해줬고, 미니게임하면서 각종 사은품도 얻으며 덕심을 충족했습니다 킁킁 글에서 갑자기 덕후 냄새가....​​​이야 사진에서도 덕내가 날 수 있네요? (...)​14차 항암 전 수요일이었던 5월의 첫날은 노동절로 휴일이었죠. 저녁에는 성가대 평일 연습이 있었는데, 연습 후에 정말 오랜만에 노래방을 갔습니다. 코인노래방이 아니라 진짜 옛날 스타일 노래방이었어요. 지하에 있는 노래방에 들어가니 노래방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노래방에서 다들 각자의 노래 실력을 뽐냈는데, 저도 박효신의 야생화를 처음 완곡해 봤습니다.​​​​이렇게 하루하루 와이프님이 매우 부러워하는 백수처럼 보내다가 14차 항암이 다가왔습니다.​2. 14차 항암 (5월 3일)​​​​14차 항암은 어린이날 연휴가 시작하기 직전인 5월 3일에 진행했습니다. 외래진료와 항암치료 자체는 평소와 동일하게 별 특이점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5FU 항암제를 달고 집에 온 후였습니다. 이번 어린이날 연휴는 봄비가 꽤 강하게 내렸는데, 항암제를 달고 누워있던 저도 날씨에 영향받는지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8년 전쯤 독일에 있을 때도 날씨에 영향 많이 받는다는 것을 느꼈는데 (중부 독일의 겨울 날씨는 꽤 혹독한데, 해를 거의 보지 못하고 매일매일 구름이 잔뜩 끼고 북해에서 태풍이 와서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이 겨울 날씨 때문에 못 견디고 귀국했을 정도였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네요. 유달리 음식도 더 게워내고 기운도 평소보다 없어서 정말 시체처럼 늘어져 있었어요. 이번에 워낙 힘들었는지 앞으로 항암을 잘 견딜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테이프를 뜯어낸 직후와 일주일 후​그리고 케모포트에 주사관을 고정할 때 투명 필름 테이프를 쓰는데, 이게 피부에 달라붙어서 어린이날에 주사 떼러 갔을 때 테이프 제거 과정에서 함께 테이프 테두리의 피부 살점이 떨어졌습니다. 항암 하는 과정에서 피부도 약해졌고 날씨가 더워지면서 땀이 나서 테이프에 접착 성분과 함께 붙어버린 거 같아요. 테이프 제거 후에 간호사분께서 소독약으로 해당 부위를 소독해 주시는데 정말 번개가 치는 거 같은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소독하면서 이런 통증을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네요. 간호사분께 여쭤보니 병원에는 해당 테이프밖에 없지만 외부 약국 등에서 듀오덤 (Duoderm) 같은 특수 반창고를 가지고 오면 그것으로 붙여준다고 하니까 비슷한 증상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온라인으로 찾아보니 대충 10×10 cm2 크기가 열 장에 2만 원 정도 하네요.​그래도 어린이날이 지나고는 어느 정도 빨리 컨디션을 회복했습니다. 월요일 저녁에 바로 필라테스 가서 운동했고, 화요일부터는 다시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했으니까요. 아직 회복력이 잘 받쳐주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암 환자가 되고 나니 주변에 암 환자가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대부분의 암 환자의 경우 항암과 항암 사이의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더 많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다행히 저는 아직 그런 상태는 아니어서 참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어버이날인 5월 8일에는 국제운전면허증 발급을 위해 오금역에 있는 송파 경찰서에 다녀왔습니다. 불과 한 WBC247 달 전에 운전면허증 갱신하러 왔었는데, 한 달 사이에 두 번이나 경찰서를 오니 기분이 조금 이상하더군요. 집에서 경찰서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쯤 걸렸는데, 폼 내겠다고 친구가 선물해 준 피카츄 신발을 신고 갔다가 발이 다시 부어버렸습니다 (...). 그나마 이번에는 위처럼 띵띵 붇진 않아서 천만다행이랄까요.​​​문제의 피카츄 신발 ㅋㅋ​그리고 5월 9일에는 학부 동기이자 현재 수도권 모 대학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형을 만났습니다. 친히 위례까지 와줬는데, 이 형이랑은 처음 만났을 때 너무나도 이질적이었기에 (서로가 살아온 배경이 완벽히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말싸움도 하고 했지만 (사실 서로라기보단 제가 가졌던 일종의 편견이나 자격지심이 훨씬 컸던 것 같아요), 오히려 시절이 흐르며 더 서로를 이해한 것 같아요. 최소한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연구 쪽으로는 저에게는 없는, 강력한 상향 의지가 있는 형인데 아예 다른 류의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해요.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만 알아서는 제가 경험할 수 있는 게 너무 제한적일 것 같으니 말이죠.​​​덩치 큰 두 곰의 사진과 뀨바라기​2-1. 후쿠오카 여행 (5월 13일~16일)​​그런데 갑자기 웬 국제운전면허증?이냐고 물으신다면, 바로 5월 13일부터 16일까지 규슈에 놀러 가기로 했기 때문이죠. 일본 엔화가 엄청 싸지고 반대로 달러와 유로는 폭등하고 있는지라, 가깝고 만만한 곳이 일본, 그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규슈였습니다. 물론 출발 직전에 네이버 라인 사태가 터져서 기분은 매우 나빴는데, 이미 계획을 다 세운 여행이라 그대로 진행했습니다.​그 와중에 잇키섬 위에서 몇 바퀴를 돈 거여 대체...​월요일 저녁 비행기로 도착해서 번화가인 텐진다이묘 (天神大名) 지역의 램프라이트 앤드 북스 호텔에 거점을 잡고 (호텔이 서점과 카페를 콘셉트로 했는데, 상당히 좋았습니다. 방도 원체 객실이 좁은 일본의 호텔 치고는 나쁘지 않았고요) , 첫날밤은 근처의 이자카야 겸 만둣집에 가서 교자 등을 먹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램프라이트 앤드 북스 호텔 후쿠오카. 크지도 않은 화장실에 무려 욕조가 있다 (...)숙소 근처에 한인 포차, 설빙, 한우리, 새마을식당이 있던 기묘함 (...)​본격적인 여행은 이틀째부터였습니다. 묵는 숙소가 조식 크루아상 맛집이라길래 전날 체크인 당시 신청해서 먹은 후, 아침 8시에 근처에 있는 오릭스 렌터카 지점에 가서 영업개시하자마자 예약해둔 차를 빌렸습니다. 빌린 차는 혼다의 내수형 하이브리드차 핏 (Fit)였습니다. 차의 크기는 대략 폭스바겐 골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골프를 안 타봐서.... 연비를 위해서 하이브리드를 빌리기도 했고, 한국에서도 하이브리드를 타고 있기에 비교를 해보고픈 마음도 있었습니다. ​​​크루아상 기다리면서 책 읽는 척하는 뀨와 계란 크루아상​참고로 만약 일본어가 가능하시다면 렌터카를 예약하실 때 일본어 웹사이트로 설정하고 검색하세요. 렌터카 사이트 (라쿠텐, 타비라이 등)의 한국어판에서 검색하시면 가격도 확 오르고 각종 플랜에 따른 특전도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저의 경우도 한국어판에서는 렌트비가 약 24만 원 가까이 나왔는데, 일어판에서는 22,000엔, 요즘 환율로 약 19만 원에 결국 가지 못했지만 기타큐슈 모지코 식당의 식사권까지 특전으로 받았습니다.​그리고 일본에서는 고속도로 이용료가 우리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고속도로 패스를 사는 것이 매우 이득입니다. 외국인들 전용 고속도로 패스를 각 도로관리기관들이 파는데, 2~3일권 정도는 고속도로 두어 번 타면 가격이 커버되는지라 무조건 이득입니다. 단, 도시 내부를 관통하거나 도시 순환 고속도로 등은 커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유의하세요. 패스를 쓰려면 차에 ETC 카드 (우리의 하이패스 카드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탑재기가 있어야 하고, ETC 카드를 별도 렌털 (보통 330엔 정도) 하고 렌트 시 고속도로 패스도 구매하겠다고 해서 현장 결제해야 합니다. 일부 렌터카 사무소의 경우 고속도로 패스를 취급 안 하기도 하기 때문에 사전 확인이 필요해요.​​​가자 닛폰 하이브리드 카​그럼 이렇게 고속도로 패스까지 끊어서 어디를 갔느냐. 제가 10년 전에 규슈를 처음 갔을 때부터 가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후쿠오카에서 대중교통으로는 편도 약 8시간 (...)이 걸려서 가고파도 못 갔던 곳이에요 (대중교통 천국이라는 이미지의 일본이지만 그것은 대도시 한정이고, 지방은 정말 안 좋습니다. 특히 매년 여름마다 태풍에 두들겨맞는 규슈는 특유의 험난한 산지 지형도 겹쳐서 툭하면 선로가 유실되거나 합니다. 시외버스도 하루에 몇 WBC247 대 없을뿐더러 모든 노선이 북쪽의 후쿠오카에 집중돼있고 지방;미야자키 등]은 처참합니다). 그땐 렌트를 하겠다는 엄두를 못 냈는데, 이미 일본에서 폭설 (작년 북해도)과 폭우 (역시 작년 도야마, 가나자와) 속에서 운전한 경험이 쌓인, 숙달된 좌측통행 드라이버 이번엔 깜빡이와 와이퍼도 안 헷갈렸다고요! 가 된 지금은 자신 있게 렌트를 해서 갈 수 있게 됐습니다.​그래서 거기가 어디냐면, 후쿠오카에서 차로 약 3시간 거리 (구마모토 방향 고속도로 기준. 중간에 히타 [日田]에서 아소산 및 구쥬 국립공원 경유 산길로 갈 경우 3시간 반)에 있는 미야자키현 다카치호 (高千穂) 협곡이었습니다. 과거에 아소산이 대분화했을 때 흘렀던 용암이 깎여나가서 주상절리 협곡을 이루고 있는데, 일본 신화에서는 이곳이 신들이 처음 내려온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녁에는 다카치호 신궁에서 신들에게 바치는 춤인 카구라 (神楽) 공연도 있다고 해요. 다카치호 홈페이지가 있는데 아직 한국어 서비스는 없어서 일어나 영어로 보셔야 해요.​宮崎県 高千穂の観光スポット、宿、ホテル、イベントなど旅行に便利な情報が満載です。ガイドブック、路線図、施設案内のダウンロードも是非ご利用ください。takachiho-kanko.info다카치호 산책길에서 내려다본 고카세 강과 마나이 폭포​협곡에는 고카세 강 (五ヶ瀬川)이 흐르는데, 일부 구간에서는 노 젓는 배를 빌려서 직접 노를 저으며 협곡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나이 폭포 (真名井の滝) 바로 옆으로 지나갈 수 있어 높이 약 20 m 폭포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노질 잘못해서 폭포 밑으로 들어가면... (...) 다 다 젖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다 젖습니다 여긴 아! 마! 아 존조로존존존!. 배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표가 남으면 현장 판매도 하는데 거의 표가 남지 않으니 위의 다카치호 홈페이지에서 꼭 예약하셔야 해요. 배 대여는 30분에 평일 4,100엔, 휴일 5,100엔이라 싸지만은 않지만, 다카치호를 제대로 즐기려면 꼭 빌려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배의 예약은 이용일 1주일 전부터 가능한데, 은근 예약이 치열하기 때문에 오전에 빠르게 예약하는 것을 추천드려요.​다카치호에는 주차장이 네 개 있는데, 저흰 제2주차장인 아라라기 (あららぎ) 주차장에 차를 댔습니다. 네 개 중 두 개가 무료주차장인데 당연히 (...) 만차라서 울며 겨자 먹기로 유료주차장 (300엔)에 차를 댔는데, 위치가 딱 다카치호 협곡 산책길 입구라 (산책길은 여기서 배 선착장까지 약 1.5 km 정도 길이로 있습니다) 오히려 트레킹 -&gt배 타기 -&gt트레킹으로 돌아오기 코스가 성립돼서 좋았습니다. 산책길은 계단도 꽤 있고 고저차가 조금 있지만 무리되는 코스는 아니라서 쉽게 다니실 수 있을 것 같아요.​저희는 오후 1시 반 배를 예약했었는데, 다카치호에 도착하고 여유롭게 걸어서 가니 딱 시간에 맞았습니다. 제1주차장에 있는 매표소에 가서 예약번호를 확인하면 확인증을 주고, 그것을 협곡 바닥에 있는 선착장에 들고 가면 배 번호가 적힌 플라스틱 토큰을 줍니다. 그러면 기다리다가 해당 번호가 적힌 배가 들어오면 탑승하는 방식이라, 약간의 대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노질이 익숙지 않은 분들이 헤매다가 30분 넘겨서 돌아온다든가. 배에 타면 그때부터는 자기가 알아서 노를 저어서 고카세 강을 따라 협곡 안으로 들어가면서 주상절리와 에메랄드빛 강, 그리고 마나이 폭포 등을 구경할 수 있어요. 저는 어렸을 때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거주한 적이 있는지라 카누도 타보고 해서 노질은 어렵지 않게 했습니다 에헴.​​​매표소와 대여증, 토큰, 선착장, 그리고 노 저으며 본 마나이 폭포​다카치호까지 가는 길에 일부러 산길을 잡았는데, 과거에 제가 봤던 아소산의 전경을 와이프님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아소산 북동쪽의 다이칸보 (大観峰) 전망대에서 과거의 아소산이 대분화를 일으켜 형성된 세계 최대의 거대한 칼데라 분지와 함께 그 안에 형성된 현재의 마을들, 그리고 새롭게 형성돼서 지금도 매일 분연을 내뿜고 있는 아소산의 나카타케 (中岳) 등을 한눈에 파노라마로 볼 수 있어서 거기에 들러서 보고 다카치호로 향했습니다. 날씨가 정말 좋아서 시야가 탁 트여서 너무 좋았네요 하지만 달라붙는 벌레들이 많아서 고생했습니다... 아니 뭔 벌레들이 옷에 갈고리를 박았는지 떨어지지를 않아....​​​다이칸보 전망대에서 본 아소 칼데라 분지와, 멀리 보이는 현 아소산의 봉우리들다이칸보 팻말과 함께​다카치호 구경 후에는 배고파서 점심을 먹으러 근처 식당들을 찾았는데 이곳 식당들은 다 브레이크 타임을 적용해서 문 연 식당이 거의 없었습니다. 다행히 다카치호쵸 마을에 구글 평점 무려 4.8! 오코노미야키 맛집인 히마와리 (ひまわり)가 WBC247 있어서 거기서 먹었습니다. 정말 시골 식당이고 엄청 좁고 40년째 주인인 할머니는 영어나 한국어를 전혀 못 하시고 메뉴판도 일본어로만 되어있는 고충이 있지만 맛있긴 정말 맛있더군요. 야키소바+오코노미야키 세트로 둘이 먹었는데 겨우 1,100엔이라는 혜자로운 가격!​​​오코노미야키 히마와리​돌아오는 길에는 일몰을 보기 위해 후쿠오카현 북동부에 있는 후쿠츠 시 (福津市)의 미야지다케 신사 (宮地嶽神社)로 향했습니다. 이미지 검색을 하면 언덕 위의 신사 본전부터 언덕 아래의 도리이 (鳥居, 보통 신사의 정문을 의미합니다)와 거기서부터 서쪽으로 직선으로 뻗은 참뱃길 (参道)의 끝에서 바다 위로 불타듯이 떨어지는 태양의 낙조 사진을 찾을 수 있는데, 계절과 시간이 안 맞았는지 태양의 방향이 맞지 않아서 저희는 그런 광경은 보지 못했네요. 대신 바닷가의 카페 이 동네 카페들은 왜 다 저녁 5, 6시면 문을 닫는 거야...에서 조용한 바다와 낙조를 미리 감상했었기에 그걸로 쌤쌤으로 치고 숙소로 귀환해서 이틀째 일정을 마쳤습니다.​​​미야지다케 신사의 본전과 대금줄 (おおしめ縄), 해변의 카페에서 본 바다, 그리고 미야지다케 신사의 참뱃길이틀째의 경로. 규슈 중북부를 통째로 관통했다.​그렇게 이틀째를 보내고 사흘째는 전날 도합 8시간 이상 (...) 운전해서 빡셌기 때문에 여유 있게 보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북동쪽의 기타큐슈와 모지코를 구경할까 했지만 렌터카 빌릴 때 식사권도 받았기도 했었고 깔끔하게 포기하고, 대신 꽃을 좋아하는 와이프님을 위해 (다음날이 와이프님의 탄신일이 있...) 후쿠오카시 북쪽의 사주에 있는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 (海の中道海浜公園)으로 향했습니다. 여기는 거대한 꽃밭과 함께 동물원과 해변 산책코스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있는데, 규모가 생각보다 넓습니다. 서쪽 주차장에 600엔을 내고 주차한 후, 개인별 입장료 450엔을 내고 들어가면 자전거나 전기스쿠터를 빌릴 수 있습니다. 이곳의 안내 웹사이트는 한글도 지원하기 때문에 편하게 볼 수 있어요.​Uminonakamichi Seaside Park is located in Higashi-ku, Fukuoka City. Children and adults can enjoy the park surrounded by the sea and rich in nature. Seasonal flowers are in full bloom all year round, and you can enjoy barbecue at the day campsite all day long, such as playing equipment popular with ...uminaka-park.jp​또 커플이 어디 여행 가면 2인 자전거 타는 것이 국룰 아니겠습니까 처음 듣는 소리? 2인승 자전거가 3시간 대여에 1,500엔이라서 빌려서 해변공원의 이곳저곳을 쑤시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제일 보고 싶었던 것은 네모필라 (ネモフィラ)라는 푸른색 꽃이었는데, 만개 시기가 4월 말~5월 초라서 조금 놓치진 했지만 다행히 여전히 많이 피어있었습니다. 꽃의 언덕 (花の丘)을 빼곡히 수놓고 있더군요. 그 후엔 내부의 동물원에 가서 이런저런 동물들을 보고, 자전거를 타고 사주를 거슬러 올라가서 바다가 탁 트인 전망대에서 바다를 만끽한 후 돌아왔습니다. 자전거를 처음에 빌릴 때는 '에이 설마 세 시간이나 타겠어? 한 시간 반 정도나 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저기 들르면서 사진 찍고 시간 보내다 보니 거의 시간을 가득 채워서 돌아왔습니다. 역시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 (...).​​​꽃의 언덕의 네모필라, 동물원의 여러 동물들, 장미 정원, 그리고 해변 자전거길​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 다음은 후쿠오카의 서쪽에 있는 이토시마 (糸島)의 해변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일본의 유아용품 전문점인 아카쨩 혼포 (赤ちゃん本舗) 후쿠오카 매장이 있어서 거기에 들러서 이종 조카와 외종질을 위한 옷과 유아용품을 미친 듯이 지른 후 얼마 썼는지는 비밀... 저도 놀랐습읍읍...당연히 면세한도인 5천 엔보다는 많습읍읍... 이토시마로 향했는데, 이날도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느라 이때까지 먹은 게 우미노나카미치 매점에서 먹은 츄러스 하나라는 게 실화란 말입니까. 하지만 항암 환자로서 아무거나 집어먹기는 부담돼서 안 그랬으면 아카쨩 혼포 옆의 맥도날드에서 날름했을 텐데 계속 안 먹다가, 이토시마 해변에 도착해서는 도저히 못 참아서 스테이크집에 가서 후다닥 고기와 샐러드를 먹었습니다. ​이토시마는 후쿠오카에서 가장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로, 후쿠오카 시내에서 서쪽으로 약 3, 40분 정도 가면 있습니다. 내륙의 산지도 유명하지만 역시 드라이브하면 해변이죠. 그중에서도 으뜸은 바로 후타미가우라 메오토이와 (二見ケ浦女夫岩), 즉 후타미가우라의 부부바위인데, 바다에 떠 있는 두 개의 바위 앞에 신사처럼 도리이가 있어서 아주 매혹적인 풍경을 연출합니다. 특히 일몰 시간에는 WBC247 대박이죠.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걸어서 약 10분 정도 서쪽으로 가니 메오토이와와 도리이가 나타났습니다. 다른 관광객들도 약 15~20명 정도 있었는데, 모두 도리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일몰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해가 지는 각도를 보니 도리이와 메오토이와 모두를 일몰과 담기는 힘들어서, 메오토이와의 가운데로 해가 떨어지는 각도를 찾아서 조금 이동해서 일몰을 기다린 후 일몰 사진을 찍고 후쿠오카로 돌아왔습니다.​​​이토시마 후타미가우라​후쿠오카로 돌아와서는 한국에서도 못 보던 회사 팀원 분과 만나서 저녁을 먹고 역시 한국에서도 못 보던 과거 성가대 단원 내외와 만나서 야키토리 집에서 야식을 먹었습니다. 팀원 분은 체류 기간이 거의 완벽히 겹쳤고 나가사키를 갔다 오셔서 덕분에 저도 나가사키 카스텔라 하나 얻어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성가대 단원 내외는 딱 이날 왔는데 인스타그램에서 서로의 소식을 보고 어?&quot하면서 급히 약속 잡아 조우했네요. 정말 한국인들이 많이 오긴 왔습니다. 길거리 걸어 다니면 거의 1/3은 한국인이었던 느낌적 느낌...​​​하루 저녁에 일정 두 탕을 뛰다니​마지막 날은 사실 별 일정이 없이 오전에 쇼핑할 것 하고 오후에 공항으로 가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이었는데, 전날 만난 성가대 단원 내외가 후쿠오카 페이페이돔 옆에서 하는 팀 랩 (Team Lab) 전시회 보러 간다고 해서 급하게 예매하고 꼽사리 끼게 됐습니다. 이틀 전에 렌터카 사무소 문 열자마자 차 빌린 것처럼 이번에는 문 열자마자 차를 반납하고, 후딱 근처의 돈키호테 매장에 가서 필요한 것을 산 후 우리만큼 적게 산 사람도 없을 겁니다... 사람들 다 바리바리 사가들만... 페이 펫이 돔으로 이동해서 전시회를 관람했습니다. 여러 가지 조명 및 AR 기술 등을 이용해서 몽환적인 분위기와 함께 여러 가지 체험할 수 있게 해놔서, 전시회나 미술관 등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저도 꽤 재밌게 즐겼습니다 전 몰랐는데 꽤 유명한 전시였.... 전시를 본 후 내외와 헤어지고 텐진에서 후다닥 선물들을 산 후 후다닥 공항으로 이동해서 이번 여행의 테마는 후다닥인가? 비행기에 탑승해서 귀국했습니다.​​​제일 특이했던 것은 내가 색칠한 그림의 생명체를 바닥에 띄울 수 있다는 것. 나의 흰머리 무지개무늬 뱀​이게 투병기여 여행 블로그여 (...) 사실 원래 여행 블로그였다.​3. 15차 항암 (5월 17일)​​​​뭔가 여행 날짜와 항암 날짜가 기묘하다고 느끼신다면, 맞습니다. 전날 저녁에 귀국하자마자 바로 다음날이 항암이었거든요. 만일에 하나라도 비행기가 취소되거나 못 타면 저희의 경우 항공사 직원 표로 타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제일 뒤로 밀려서 만석 되는 순간 비행기를 못 타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고, 이날 후쿠오카에서 인천으로 오는 대한항공은 이게 마지막 비행기였기에 만석 되면 망하는 거였음... 항암 일정 꼬이고 난리 날 뻔했습니다. 어찌 보면 무모한 짓이었지만, 어쨌든 성공했으니 다행이었습니다 허허...​전날 귀국해서 그런지 여독이 아직 덜 풀렸었고, 거기에 항암제까지 투여되니 후유증이 이중으로 저를 덮쳤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병원에서 주사 맞는 동안에도 계속 자고, 5FU를 달고 집에 와서도 계속 잤습니다. 애초에 이 기간은 아무런 의욕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잘 됐다 싶기도 하더라고요. 이번에도 혈액검사 등에서는 별문제가 없었기에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콜레스트롤은 계속 높고 CEA도 감소는 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습니다. 그리고 백혈구 수치가 우하향 중이라 이것도 조금은 걱정되지만 아직은 정상범위이니 다행입니다.​12차 전 (4월 5일)13차 전 (4월 19일)14차 전 (5월 3일)15차 전 (5월 17일)백혈구 (WBC)참조범위: 4~107.56.56.25.3혈색소 (Hb)참조범위: 13~1713.112.512.912.2혈소판수 (PLT)참조범위: 150~35호중구수 (E-ANC)참조범위 미상455혈당 (Glucose)참조범위: 70~9998847493아스파라긴산분해효소 (AST)참조범위: &lt4021221719알라틴트란스아미나제 (ALT) 참조범위: &lt4018201414총 콜레스트롤참조범위: &lt199262239247220암배아항원 (CEA)참조범위: &lt6106 (2월 22일)215 (3월 22일)143 (4월 19일)106 (5월 17일)암항원 19-9 (CA 19-9)참조범위: &lt371.8 (2월 22일)1.5 (3월 22일)1.5 (4월 19일)1.5 (5월 17일)​물론 이전과 마찬가지로 부작용은 계속 있습니다. 손은 여기저기 붓고 까졌기 때문에 규슈 여행 갈 때 지문인식이 안 돼서 고생할 뻔했었고요. 다행히 왼손 검지의 지문은 아직 인식돼서 출입국 창구로 갈 필요는 없었지만, 오른손 검지가 인식 안 돼서 꽤 몇 십초 갇혀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잠금 해제 및 페이 기능들도 다 지문인식이 안 돼서 비밀번호나 패턴으로 일일이 WBC247 풀고 있고요. 새로운 지문을 등록하려 했는데 약 30% 정도 인식하다가 더 이상 인식을 못 해서 포기했습니다. ​이제는 피부 한 층이 아니라 두 층 정도가 벗겨지고 갈라져서, 특정 부분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 등)은 조금씩 따갑긴 합니다. 열심히 병원에서 처방받은 연고와 보습크림을 발라주고 있는데, 한계가 좀 있어요. 특히 주먹을 쥐는 등 손가락을 접는 행위를 할 때 마디마디가 다 갈라져 있어서 통증이 심하고, 페트병 등의 마개를 딸 때도 손가락이 너무 쓸려서 옷이나 헝겊 등으로 덮어야 겨우 열 수 있는 등의 불편함도 있어요.​​​마구 갈라지고 벗겨지는 두 손​그리고 코피. 콧속이 건조해진데다가, 항암제 때문에 점막도 헐어서 계속해서 코 안에서 피가 고여서 거대한 피딱지를 형성합니다. 게다가 점막이 헐어서 콧물도 거의 저항 없이 주르륵 흘러내리는데, 가끔은 여기에 피가 섞여서 옅은 코피가 주르륵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딱지를 아침마다 제거하는데 (안 그러면 숨쉬기가 답답할 정도로 피딱지가 큽니다) 제거하면 거기서 다시 피가 터져서 진짜 코피가 주르륵 나서 다시 지혈하고 하느느 등, 아침마다 휴지가 잔뜩 소모됩니다.​마지막으로 항문과 꼬리뼈. 이것은 항암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대장 및 항문 적출 후 피부가 다 아물고 끊어졌던 신경들이 다시 연결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입니다. 대장 항문외과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라 하셔서 걱정은 안 하지만, 빈번히 항문 쪽이 따끔거리거나 쿡 찌르는 느낌이 들거나 가려워서 신경이 좀 쓰이긴 합니다. 가만히 앉아있는데 갑자기 쿡 찌르는 느낌이 나서 놀라서 일어나기도 하고, 분명히 변이 그쪽으로 나올 일이 없는데 마치 변이 마려운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이것이 모두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합니다. 약 6개월에서 1년까지도 겪을 수 있고, 어떤 분들은 그보다도 더 길게 느끼신다고 하는데, 정상적인 치유 과정이라고 하니 잘 넘기는 수밖에요.​발의 경우는 13차 때처럼 심하게 붓진 않지만, 항상 신경을 많이 씁니다. 거의 매일 운동을 하다 보니 발에 아무래도 압력이 많이 가해지는데,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발이 쓸리거나 하면 바로 피부가 벗겨지거나 발톱 옆 살이 다시 띵띵 부어오르기 때문에, 조심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하다 보면 욕심이 나서 무리를 하고, 그렇게 다시 발가락이 부어오르고 고생하는 자발적 (?) 악순환도 계속 일어나네요 멍청이야.​​항암하고 일주일이 지난 5월 24일은 저희 대학원 연구실 스승의날 행사가 있었어요. 교수님과 선후배들의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뒤늦게 행사를 했는데, 교수님 댁이 화곡동이어서 그 근처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제 회사인 마곡과 가깝기 때문에 겸사겸사 오랜만에 회사에도 들러서 팀원들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즉 아침 10시쯤 집에서 나와서 밤 10시 좀 넘어서까지 밖에 있는, 제 입장에선 꽤 강행군을 한 셈이죠.​집에서 마곡/화곡까지는 전철로 5호선 한 번에 갈 수 있지만 무려 40 정거장을 가야 해서, 앉아서 책을 읽다가 엉덩이가 아파서 대충 다 와 가나... 해서 전광판을 보니 아직 광화문인 기적을 경험했지만, 그래도 장루를 뚫고 대장을 제거한 후 덕분에 화장실 걱정은 안 하게 돼서 오히려 삶의 질은 올라갔어요. 예전에는 대중교통을 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화장실이 어느 역 어느 쪽에 있다를 파악하는 것이었고, 비행기를 타서도 기내식 먹고 나서 사람들이 화장실 앞에 줄 서 있을 때가 가장 두려운 때였는데, 이제는 아주 마음 편히 다닐 수 있어서 좋습니다. 물론 자다가 장르 주머니가 빵빵해져서 계획보다 일찍 깨는 일이 빈번하고, 하루에 네댓 번 장루를 비워야 하며 이 과정은 냄새나고 귀찮지만, 과거에 하루에 열몇 번씩 화장실 가던 것 생각하면 지금이 천국이죠.​회사는 제가 없어도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고, 팀원들은 많이 고생하고 있었지만 다들 따뜻하게 맞이해줘서 고마웠습니다. 팀원들 외에도 만난 회사 사람들도 금요일이라 많진 않았지만 다들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스승의날 행사는 역시나 비슷하게 배운 사람들이 모인 만큼,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각자 회사에서 연구하고 있는 주제에 대한, 꽤 심도 있는 얘기들이 오갔습니다. 오랜만에 이런 얘기들을 들으니 너무 좋았고, 빨리 나아서 다시 연구 일선으로 돌아오고픈 마음이 스며나왔습니다. ​​​고체이온공학연구실 식구들​그다음 날은 WBC247 저희 세곡동 청년 성가대의 단원이 결혼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성가대에서 플루트를 연주하는 단원인데, 개포동 성당에서 결혼을 하게 되어 성가대 거의 전원이 축가를 부르러 가게 됐습니다. 다행히 축가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저희는 신랑신부를 잘 보냈습니다. 결혼식 후에는 몇 명과 같이 남한산성의 카페로 드라이브를 가서 산속의 푸른 녹음 뷰를 즐겼습니다.​​​남한산성 카페 산​그저께인 5월 28일은 제가 투병 후 처음으로 등산을 간 날입니다. 지금까지는 항상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뛰거나, 집에서 스피닝 자전거를 타는 등 거의 실내에서만 운동을 했어요. 그 이유는 유산소 운동을 위주로 하는데 심박수 등의 체크를 정확하게 하려는 것과 더불어, 밖에서 산책하듯 걸으면 운동 효과도 줄거니와 자꾸 사진을 찍는 등 멈추게 돼서요. 그리고 밖에서 걸으면 왠지 오래 못 걷고 자꾸 잠시 쉬겠다는 마음의 소리에 굴복하게 되더라고요.​하지만 이날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도저히 실내에서 운동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엄마가 집에서 멀지 않은 세곡동 헌인릉 근처의 인릉산을 추천해서 즉석에서 결정, 바로 산으로 가봤습니다. 인릉산은 높이 약 330 m의 산인데 (즉 근처의 유명한 산인 구룡산이나 대모산보다 높습니다), 경사가 크지 않았다는 엄마의 말과는 달리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 코스는 꽤 경사가 심한 곳이 몇 곳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엄마는 정상은 커녕 1/3 정도만 올라가셨던 거였다... 애초에 무릎이 불편하셔서 정상행은 절대 무리. 심지어 산 한 개가 아니라 중간에 범바위산이라는 좀 더 작은 산을 하나 거쳐서 가는 코스였죠. 인릉산 정상까지는 약 4~5 km 정돈데 갤럭시 워치가가 고도는 기록하는데 위치는 기록 못 하는 괴이한 행보를 보여서 정확한 거리를 측정 못 했... 삼성 헬스보다는 구글 위치인식이 이상한 것 같... 올라가는데 70분, 내려오는데 50분 정도로 총 왕복 딱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워낙 오랜만의 등산인 데다가 신발도 일반 운동화를 신고 올라가서 내려올 때 발가락들이 좀 아팠지만, 그래도 완등을 해서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저번 규슈 여행과 더불어 '아 이 정도는 내가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암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이겨내야 이런 활동들을 더 많이 할 수 있겠죠. ​​​인릉산 오르던 길​내일, 즉 5월 31일은 제16차 항암을 하는 날입니다. 지금까지 항암을 계속 견뎌왔지만 항암 전날은 역시 마음이 좀 무거워지고, 다시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점이 몸을 좀먹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만, 모르는 고통보다 아는 고통이 더 무섭다는 점이 이럴 때 더 괴롭게 합니다. 하지만 어쩌겠나요. 다 이겨내야죠. 그나마 제가 보통의 항암 환자에 비해서 부작용을 적게 겪고 있으니, 이를 다행이라 여기고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날이 갈수록 의료 파업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대강 대치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저도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막무가내로 우선 선언을 해버리고 뒷수습을 하려는 정부도 이해가 안 되고, 그렇다고 갈수록 강경한 노선을 밟으며 쓰레기 같은 발언을 하는 의협회장도 이해가 안 되고, 과연 이 사태가 우리의 의료 시스템과 전공의들에 대한 처우의 개선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전혀 제 머리로는 이해가 안 돼요. 이 상태면 설령 CT 등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서 수술을 해도 되겠다고 해도 언제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전혀 장담을 못 하기 때문에, 가끔은 가서 양쪽을 다 배트로 후려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저 지켜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밖에요. 의료 파업 사태 관련해서는 더 할 말이 많지만, 정치적이지 않아야 할 이슈가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되어버려서 더 언급하진 않겠습니다.​내일 항암을 하고 일주일 후에는 또 CT를 찍습니다. 부디 지난번 CT의 좋은 흐름을 그대로 이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도하고, 그렇게 되니라 믿어 의심치 않을 수 있도록 열심히 운동하고 치료를 인내하겠습니다.​항암 환자 여러분들께 부디 제가 쓰는 글들이 도움이 WBC247 되고 힘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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